작품에서의 표면들이 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드로잉을 모티브로 시작하여 선들의 조합을 이루어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려진 조각’이라고 표현한다. ‘그려진 조각’의 표면들은 그물망 형태를 띠게 된다. 의도하에 제작된 형틀에 액체의 강화플라스틱을 뿌림으로써 마치 물감 자국으로 이루어진 조각처럼 보이는 형상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방식으로 재현된 사물은 뿌리기 행위의 흔적을 반영하는 동시에 시선을 통과시키는 가벼운 형태라는 특징을 갖는다.
각각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오브제들은 개인의 생활 반경 속에서 마주한 장소와 사물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하고 있다. 여기서 사물들은 버려지거나 기능을 상실하여 쓸모가 없어진 것들을 표한다.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여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을 재구성된 공간에 그려놓는다. 나의 작품에서 사물들이 필요에 의해 사용되고, 기능이 상실된 후 버려진 것들을 재해석해 놓으면서 숨겨져 있던, 인식하지 못한 것들을 또 다른 의미들을 자유롭게 찾게 되길 바란다.